• 보도자료 “외환위기 때도 끄떡없던 공장, 30년 만에 문 닫아”
    등록일: 2013.06.30 06:13 조회수: 612
  • 한국 기계공업의 메카인 창원에도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생산과 수출, 고용이 11월부터 나란히 꺾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 뒤에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다음은 중앙 SUNDAY 기사 전문.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동 창원국가산업단지(창원공단) 내 쌍용자동차 공장. 한창 조업이 진행될 시간이었지만 정문을 드나드는 사람이나 차량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협력업체들이 부품을 공급하지 않아 공장 전체가 ‘개점 휴업’ 중이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직원이 모두 출근했지만 부품이 없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20여 일 가까이 문을 닫았다가 5일 생산을 재개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문을 닫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주간조 퇴근시간인 5시가 되자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공장 건물을 빠져나왔다. 혼자 퇴근하는 20대 직원에게 “사정이 어떠냐”고 묻자 대답 대신 손사래가 돌아왔다. 다른 직원은 “5개 라인 중 재고가 남아 있는 한두 개 라인만 부분 가동을 하고 있고 다른 라인은 부서별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며 “다들 힘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5㎞가량 떨어져 있는 귀현동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굴착기 공장은 더욱 썰렁했다. 정문 앞 출고장엔 주인을 찾지 못한 굴착기 수백 대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큰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직원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뒤 수출은 90%, 내수는 50% 줄었다”며 “12월에 공장을 이틀 돌렸는데, 새해 들어서도 사정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 직원들을 아예 집에서 쉬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장비·자동차 특히 부진 경기침체의 그림자는 한국 기계공업의 메카인 창원도 비켜가지 않고 있다. 1974년 만들어진 창원공단엔 대기업 40여 곳 등 모두 2000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 창원시 생산의 85%와 경상남도 생산의 35%가 이곳에서 나온다. 이상 신호가 켜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공단의 가동률이 한 달 전보다 1.9%포인트, 1년 전보다는 8.7%포인트 하락해 80%를 밑돌았다. 조선·중공업·기계 등 수출 주력 업종이 많은 이 지역으로선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생산과 수출이 한 달 전보다 각각 2.7%, 9.3% 줄다 보니 공단의 일자리가 한 달 새 1549개나 사라졌다. 송홍선 무역협회 부산·경남지부장은 “일감을 많이 따놓은 선박과 철도차량 분야는 안정적이지만 운송장비와 전기전자·철강 업종이 급속히 위축됐다”고 전했다. 아직 집계 중이지만 12월 수치는 훨씬 나빠질 게 분명하다. 지난 연말 입주 업체 절반 가까이가 휴가나 생산물량 조절 등을 이유로 조업을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중단했기 때문이다. 2월 초까지 창원공장의 타일 생산라인을 돌리지 않기로 한 대림B&Co처럼 한 달 이상 공장을 놀리는 회사도 늘고 있다. 경차를 만드는 대우차 창원공장은 당초 5일 재개하려던 다마스·라보 생산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연기했다. 굴착기 분야에서 국내와 중국 1위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연말연시 2주간 공장을 돌리지 못했다. 5일 가동을 재개했지만 잔업·특근이 없는 주간 가동만 하고 있다. 생산물량이 1년 전보다 40%가량 감소했다. 세계 2위 선박엔진 생산회사인 STX엔진도 선박 건조 지연으로 엔진 납품이 연기되는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평규 S&T그룹 회장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S&T대우가 지난해 말 보름간 휴업을 했고, 오토바이를 만드는 S&T모터스도 9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며 “기업 경영 30년 만에 처음 맞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김기련 팀장은 “수출 비중이 70%인 창원은 외환위기도 모르고 지냈던 곳인데 요즘 사정은 영 다르다”며 “환율이 올랐는데도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창원이 생긴 이래 최악의 불경기’란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자영업자에 직격탄 공단의 기계 소리가 잦아들면서 지역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공단에서 창원 중심가인 중앙동으로 가는 길에 ‘임대’ 현수막을 걸어둔 공장이 눈에 띄었다. 부지난 속에 3.3㎡당 최고 350만원을 호가했던 건 옛날 얘기가 됐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원매자가 사라지면서 빈 공장이 늘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3.3㎡당 최고 999만원의 고가임에도 2005년 38대1의 기록적인 청약률을 기록했던 주거용 오피스텔 ‘시티세븐’은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음식점과 노래방·술집 수백 곳이 밀집해 있는 상남동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오후 8시가 채 안 됐는데도 길거리엔 사람이 드물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저녁이면 옆사람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걸어 다닐 수 없었던 곳이다. 생고기 전문점 여미지의 박영선 대표는 “사업상 손님을 만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주 고객인데, 이들의 발길이 뜸해 40%가량 매출이 줄었다”며 “주변엔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진 곳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노래방은 9시가 넘도록 첫 손님을 받지 못해 주인과 종업원 둘이서 TV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상남시장 뒷길에서 만난 택시기사 한모씨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손님이 늘게 마련인데 평소보다 오히려 없다”며 “1년 전과 비교해 손님이 딱 3분의 1 줄었다”고 푸념했다. 팔룡동 화물터미널엔 싣고 갈 물건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타지 번호판 차량이 요즘 부쩍 늘어났다. 대들보는 아직 멀쩡 하지만 창원공단에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김기정 창원시 기업사랑과장은 “서까래가 몇 개 떨어진 건 맞지만 대들보는 여전히 튼실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의 핵심 업종인 중공업과 조선·가전 등은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 및 수출액이 전달과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1년 전과 견줘선 아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들 덕이다. 창원엔 발전장비와 담수화 설비 업체인 두산중공업, 자주포와 카메라를 만드는 삼성테크윈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계업체들이 몰려 있다. 15일 오전 귀곡동 두산중공업 공장. 1200도로 달궈진 500t짜리 쇳덩어리를 1만4000t짜리 프레스기가 두드리며 모양을 잡고 있었다. 미국 GE에 수출할 발전용 터빈의 몸체를 만드는 첫 과정이다.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인 4560여㎢(138만여 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공장은 전기로와 주·단조공장, 부품 가공공장, 조립공장으로 이어지는 일관생산 체제를 갖춰 쇳물을 미크론 단위의 정밀도가 필요한 첨단 제품으로 변신시킨다. 단조공장 가까이 있는 가공공장에선 크랭크샤프트와 터빈을 만드는 생산라인 옆에 새로운 라인을 갖추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야외 조립장에선 이집트로 내보낼 컨테이너 하역용 크레인 14기가 모양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이 회사 박병환 상무는 “3년치 주문이 밀려 있어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증축을 하는 중”이라며 “최근 신입사원 30명을 뽑았지만 인력이 모자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연간 수주액 1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창원대로 끝자락에 있는 LG전자 창원 1, 2 공장도 연말연시를 바쁘게 보냈다. 새해 첫날 전체 라인의 30%가량을 가동했고, 3~4일 주말에도 전 직원이 출근해 특근을 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여름 도요타 회장이 방문해 감탄했을 정도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에어컨 부문은 매출이 급증해 연초 별도 사업군으로 독립할 정도로 실적이 좋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주문이 생각보다 줄지 않은 데다 시스템 에어컨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40%가량인 오티스엘리베이터는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고 있다. 이 회사 김기수 팀장은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수출 채산성이 좋아져 상황이 나쁘지 않다”며 “우리처럼 속으로 웃는 기업도 꽤 될 것”이라고 했다. 실직 공포도 아직 없어 쌍용차가 처음 가동을 중단한 지난달 중순 관내에 있는 13개 협력업체의 사정을 알아보던 창원시 기업사랑과 관계자들은 적지 않게 놀랐다. 이들 업체가 그동안 꾸준히 매출 다변화를 꾀해 쌍용차 납품 비중이 대부분 5%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금을 착실히 모아 놓아 당장 자금이 쪼들리지도 않았다. 쌍용차 의존도가 90%를 넘는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이 업체도 법정관리가 결정될 때까지 한두 달 기다릴 여유는 있다며 ‘시에서 주는 지원 자금을 받으라’는 권유를 사양했다. 조업시간을 단축할망정 사람을 내보내는 기업도 거의 없었다. 창원시 김기정 과장은 “외환위기 뒤 숙련된 근로자를 내보냈다가 기술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회사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 같다”며 다행스러워했다. 한계상황까진 어떻게든 함께 버텨 보자는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창원시도 이런 기업들을 돕기 위해 기업지원기금 200억원을 새로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창원시 외동에 있는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은 기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2003년 22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두 배로 늘었고, 50%이던 자동차 부품 비중은 20%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의 차축 공급을 시작하면서 개축한 생산 공장에선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연말연시에도 근로자들이 잔업을 해야 했다. 박창식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나라 안팎의 복합적 요인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며 “정부의 직접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J-HOT] ▶ 윤증현 내정자, "대못질 안된다" 盧와 대립각 세운 소신파 ▶ 김태희-임수정 서른살 동갑?! '최강 동안' 비결 ▶ "제발 살살 패달라" 아고라에 글 올린 그 ▶돈 두 배 주는 ATM…신고는 없고 수백명 북적북적 ▶ 北서 부자혼수감·뇌물품목 1위 '전원주 믹서기' ▶미륵사지 석탑서 쏟아진 금항아리·금판…5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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